돌아온 길

#가을단편 9. 한계령

Kallipolisian 2018. 10. 2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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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못들은 그는 점점 이 곳이 어디인지 가늠이 안되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그녀는 꿈속과 현실을 오가며
눈을 잠시 떳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그녀가 완전히 눈을 떴을때는 화면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미 그들은 트럭들 사이에 낑겨 안개낀 산을
굽이굽이 올라가고 있었다.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 때
트럭들과 분리를 당한 그들은 얼떨결에
입구라고 써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창밖에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그 곳으로 다가갔다.
숨이 트일 듯 시원한 풍경이 아래로 펼쳐져있었다.
이제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들이 끝도없이 다음 산으로 이어졌다.

옆에는 등산로가 보였다.
산 구경이나 하자며 올라가려던 그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보통의 두 세배 되는 높이의 계단이 등산 입구에 있었다.
짧은 거리임에도 한단 한단이 한계처럼 다리 근육을 막아왔다.
마치 오를 수 없는 곳을 오르는 자들을 걸러내는 것 같았다.

계단을 겨우 다 올라가
등산복도 지식도 없는 그들은
본인들의 컨버스화를 내려다보다가
바쁘게 올라가는 전문 등산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안내판에는 기본이 다섯시간은 족히 걸리는 하드코스라고 적혀있었다.
물도 없었다.

다시 내려가 물을 사가지고 올라가자니
종아리보다 긴 계단의 높이가 그들 머리속에 떠올랐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아무 것도 없이
가볼 수 있을 때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이미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등산은
위만 보고 갈 필요가 없었다.
옆을보아도 아래를 보아도 뒤를 돌아도
그들 발아래 많은 것들이 있었다.

위험이라는 팻말을 넘어 사진을 찍기도
암석 위에 앉아 수다를 떨기도
작은 돌들을 바위 틈에 끼우며 소원을 빌어도
조급하지 않았다. 괜찮았다.

다만, 점점 산이 우거지고
풀내음과 물내음이 깊어지자
그들은 돌아가야 했다.

그들이 내려왔을 때
마치 현실로 돌아온 것 처럼
등산로 아래에는
뽕짝 노래가 흘러나오는 작은 카페가 이제 꿈깨라고 말하는 듯 했다.

몸이나 녹일겸 자연스럽게 들어간 그곳에는
진한 한방차 냄새가 산 풍경과 퍽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