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역 앞에서 꼬치를 사먹었다

Kallipolisian 2019. 1. 8. 00:46

회사가 끝나고
그와 역앞에 늘어서있는 포장마차에서
꼬치를 사먹기로 했다

쌀쌀한 겨울에
소금꼬치하나 양념꼬치하나 시키고
사람이 많아 옆으로 비켰는데
바로 후회했다 우리 앞으로 주문량이 꽤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그 시간이 그냥 춥다기보다는 불편했다

포장마차 앞에서 한 아저씨가 섹소폰을 불고 있었다
멀리서 들었을 때 어리숙한 솜씨에
동아리 같은 곳에서 공연하나보다하며
그와 웃었었는데

섹소폰에는 살려달라는 문구가 크게 쓰인
종이쪼가리가 청색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추운 겨울에 사람들은 빨간 포장마차 천막으로 몰려들었지만 바로 앞에 그 아저씨에게 관심을 두는 이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3개만 먹어도 만원인 꼬치를 하나씩 들고 있었고, 색소폰 소리 위로 꼬치를 굽는 두 청년은 밝고 싹싹하게 주문한대로 호명을했다

꼬치는 생각보다 따듯하고 맛있었고
밤공기는 찼고 아저씨의 색소폰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음색은 좋아졌으나 구슬퍼졌다

꼬치를 먹으며 나는 불편했다
우리는 부끄러웠다
그가 꼬치 가격만큼 아저씨의 색소폰 가방에
돈을 넣어주었다

아저씨는 감사하다며 복받을거라며
소리치듯 좋은 말을 하셨지만
우리는 그 자리에서 응원한마디 건네지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지나가던
아저씨 가방에는 언뜻보기에도 꽤 많은 분들이
베풀고 간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