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나는 그때의 내가 기특하다.
이 여행을 갔을 때가 아이폰4가 나온 지 1년이 안된 시점이었을 거다. 아이폰3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4가 나온다고 했을 때 궁금하기는 했지만 딱히 사야 된다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엄마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오빠가 사전 구매할 때 내 것도 주문하라는 얘기를 했다. 얼떨결에 갖게 되었지만 사고 보니 은근히 자랑하기 좋았다. 대학 동기, 친구들 중에서도 거의 내가 먼저 산 격이었다. 이게 뭐가 좋고 저래서 뭐가 좋다 설명을 해도 이해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처럼 뭐를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군대에 가 있는 친구들은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다. 아마 휴가 중에 얘기만 듣고, 나중에 전역해서야 살 수 있었겠지. 사실 누구나 알듯이 이건 혁명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이 시기에 군대를 간 친구들은 2년 만에 정말 세상이 바뀌어있었겠지, 흔히 군대 다녀오면 바보가 된다는 말보다 훨씬 더 바보가 된 기분이었을 거다.
지금도 생각나는게 프라하 길 한복판에서 구글 지도를 보며 서있는 나였다. 꽤 따끔한 하지만 따스한 햇빛이 드는 그곳에서 우리는 잘도 관광 스폿을 찾아내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듯하다. 대체 선배들은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여행을 한 것인가. 물론 지금 보는 구글맵과 비교하면 한참 덜 떨어진 정보들 뿐이었는데도. 심지어 나는 한 손에 여행책도 같이 끼고 다니며 중간중간 길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쩜 이렇게 좋을 수가 있지라고 생각했으니.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매번 구글맵에 감탄하지만. 이제는 정말 무언가를 물을 필요도 없고, 리뷰며 볼 것도 많고, 심지어 공원의 오솔길 라인도 흐트러짐 없이 보여주는 상황인데.
어쨌든 나는 그때의 내가 기특하다. 지금은 별게 아니지만 그래도 첫 해외여행이었을 텐데 숙소를 잘 찾아갔던 것도, 어딘가에서 구글 지도를 다운로드하여가라는 말을 잘 들어놨던 것도, 모든 게 신기했을 텐데 다른 곳으로 빠지지도 않고 숙소로 바로 직행했다는 것도. 아니면 이랫을 수도 있겠다. 짐이 무거우니 사진은 짐을 둔 다음에 찍으라고 친구 L이 겁박을 했을 수도. 어쨌든 이 사진은 분명 숙소를 나오며 찍은 사진인데, 내 기억에 이 숙소를 들어가는 길이 매우 신기했는데 안 찍어둔 걸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