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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al Europe

처음이자 지금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소심한 내 언어들에서 한분이 '여행'이라는 단어를 캐치해내었다. 놀라움도 잠시, 생각했다. 여행이라...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했었는데, 다시 여행의 첫 글을 쓴다면 나는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여행이 나에게 주는 보상은 무엇이었을까. 항상 내 마음속에는 여행을 위한 여행에 의한 삶이 있었는데, 나의 첫 여행, 그때를 어렴풋이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첫 여행은 해외였고 유럽이었다. 

무작정 생각해 낸 곳이 유럽이었다. 많이 멀고, 모든 예술이 시작되었을 것만 같은 곳, 하지만 유럽에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왜 하필 체코를 선택했는지 동유럽을 생각했는지 그때의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붉고 선명한 동화 같은 마을의 사진을 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을 꼬셔서 유럽행 비행기를 끊었다. 비행기 타는 법도 몰랐던 나는 이렇게 큰돈을 써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아주 당당했다. 즉흥적이었고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일정에 따라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각 종 카페글들을 보며 그곳은 어떤 곳인지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를 믿었다. 무심한 성격의 그 친구가 여행에도 그렇게 무심할 줄은 몰랐다. 나는 역할 분담을 했으니 알아서 준비하겠지 걱정도 안 하고 한 주의 짧은 여행에 신나 10벌도 넘는 옷을 트렁크에 구겨 넣었다. 한 손에는 무거운 중급기 Dslr을 집어들었다. 학교에서 억지로 산 카메라가 이제야 제 구실을 하나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여행 내내 그 무거운 카메라를 집어던지지도 않고 잘도 들고 다녔다. 

출발하는 공항에서부터 신이난 우리는 모든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 사진 찍기에 집착했다. 저렴한 항공권을 찾다 보니 모스크바에서 경유하는 비행기였다. 그때는 경유가 별건가 싶었다. 생각보다 짧은 경유 시간에 조급한 채로 뛰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공항이 너무 넓어서 탑승 구역을 찾아 꽤나 걸었는데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빨간 유니폼을 입은 러시아 스튜어디스에게 물어도 특유의 냉대로 일관했다. 인종차별을 받은 것인가 궁시렁대면서도 상형문자 같은 러시아 글들을 보며 사진 찍어대기에 여념이 없었다. 온갖 영어가 쓰인 탑승권도 신기했고 잘리고 남겨진 좌석표도 남기려고 여권에 고이고이 넣어두었었다. 여행을 다니며 잉크는 날아가고, 그 흰색 종이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걸 알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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