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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길

#가을단편, 1. 남한산성역


노란 분당선을타고 올라가 핑크핑크한 8호선 남한산성역에서 내렸다. 북적이던 분당선과 달리 토요일 느긋한 오후, 남한산성역은 분주히 지나가는 몇 사람들뿐 조용했다.

B가 늦을듯하여 역 안에서 미리 커피 한잔 받아갈까 생각했다. 몇 되지 않는 가게 중 자그마한 빵집이 하나 있었다. 젊은 여사장님이랑 어린 알바생 둘뿐이었다.
둘은 갓나온 빵들을 포장하고 있었다.

다가가니 사장님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도 살갑게 말을 건넸다. 여러 빵을 추천해주셨는데 눈으로 고르는 성격이라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아 대강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빵이 있는지 훑어보았다. 꽤 먹어보고 싶은 빵들이 몇개 있었고 무엇보다 이 정도 가격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어떤 빵을 집을까 고민하던차에 뒤에서 한 아이와 엄마가 내 뒤로 와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언뜻 ‘ㅇㅇ야, 우리도 빵 하나 사갈까’라고 하는 걸로보아 내 모습을보고 먹고 싶어지신게 아닐까 했다. 그리고 몇초 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순간 뒤로 밀려날 것 같은 예감에 급하게 커피와 붉은 단호박빵, 노란 옥수수빵, 살짝 생크림이 얼어 있는 듯한 쵸코미니롤을 계산하고 빠져나왔다.

남한산성방면이라 적혀있는 출구로 올라가며
괜히 사람들을 불러모은 것 같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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