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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길

#가을단편 4. 하산 후 칼국수

어슴푸레 노을이 질 것 같은데
카페에 노곤노곤 있다나와보니
추위가 더 차갑게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이 괜찮을까 싶은데
그의 도라에몽 가방에서 히팅방석이 나왔다.
방석을 왜, 라고 생각하는데 둥글게 말아 단추를 끼우고
내 양손을 그 안에 넣어주었다. 이런 걸 가져왔을 줄이야. 나한테는 뭐랄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추위를 많이타는 나를 두고
왜 매일 얇게 입고 다니는지
매일 묻고 이해를 못하는데도
생각해서 가져왔다는게 고맙고 웃음이 났다.

‘누가보면 히말라야 가는 줄 알겠다’
그가 아침에 놀림받은 이야기를해주었다. 이것저것 챙기는 그를 보고 웃으면서 말씀하셨을 어머님과 그 모습이 상상이 가 즐거웠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에 비해
어찌나 짧게 느껴지는지 그 느낌은 결국 허무함이다.
같은길이 맞나 싶을정도
하지만 뿌듯함, 무언가 원점으로 돌아와 완성했다는 만족감이 뒤에 따라온다

산아래 입구에서 나가는 길,
아까는 반대편을 보고 올라갔으므로 몰랐는데
정면으로 칼국수 집 하나가 크게 보인다.
왠지 쌀쌀한 가을 산에게서 내 몸을 아주 따듯하게 뎁혀 줄 것 만 같은 느낌이다.

‘아 저 집 위치 한번 잘 잡았네’
족발 노래를 부르던 그가 칼국수 먹을까?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더 내려가보기로 했다.
한참을 내려가도 결국 칼국수가 강하게 뇌리에 박힌지라
우리는 결국 건너편에 보이는 다른 칼국수 집을 가게되었다.

미나리와 버섯을 듬뿍 넣은
매콤한 국물의 칼국수였다.
샤브샤브로 같이 먹을 수 있는
고기도 큼직하게 썰려나오는데

국물이 끓이면 끓일수록 진하고 깊은
육수 맛으로 점점 바뀌면서 입이 제대로 즐겁다.
처음엔 야채가 미나리뿐이라 실망했는데
미나리향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푹 찌워진 미나리와 얇지만 식감이 살아있는
버섯과 익자마자 꺼내먹는 소고기의 조화는
정말 좋았다.

원래 유명한집인듯
회전율이 빠르고 주문이 정신없었지만
옆에테이블에서 커플이 고기에 이어 면도 4인분추가로
먹는게 이해가 갈 정도로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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