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도 그 이름이고 저집도 그 이름인데’
그녀와 친구들은 늦은 아침 황태덕장 마을에 도착했다
유명하다는 집을 찍고 왔으나
다 같은 이름을 쓰고 있었다
그 중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니
맞게 들어간듯 여기저기
방송을 탓다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식당 안은 밝지 않았지만
늦은 아침 특유의
여유로운 빛이 밝은 느낌을 들게 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음에도
다들 먹기만 할뿐 이렇다할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그녀들이 가운데 자리를 잡자마자
아주머니가 나와 옆에서 주문을 기다렸다
그녀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친구들이 얼결에 의견을 모아 고른 황태정식을
따라 골랐다. 해장국과 구이가 함께나오는 듯 했다
다 못먹을 듯하여 해장국으로 바꿀까하다 그만두었다
20대 중반 친구들과 밤새논후
그녀는 그전에는 몰랐던 해장국의 맛을 알아버렸다
H가 회사 근처 자주 가는 곳이라며
다음날 아침에 데려간 곳이었는데 어찌그리 맛있던지
여자 여섯이서 사발을 눕혀서 마지막 국물까지 마셧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난 지금
밤새 술을 마시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오랫만에 모인 여행에
아침은 다 같이 모여 뜨끈뜨끈한
해장국을 마시며 아 좋다 맛있다를
서로 연발하는게 일종의 희열이 되었다
황태해장국은 평소에 잘 먹지 않는편인데
대강 맛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집이 왜 맛집인지는
국물 색부터 알아차렸다
우유색도 아니고 정말 진한 상아색이었다
국물이 꽤많아
건더기가 많은지도 몰랐는데
숟가락을 들어올릴때마다
황태가 끊임없이 밥과 함께 올라왔다
어떻게 한 것인지 살이 부드럽고
아침은 탁월한 선택이었던듯
술술 넘어갔다
그녀의 기억속에 생선이 들어간 해장국은
약간의 가시가 십혀 먹다보면 불편하기 그지 없었는데
여기는 마치 생선뼝와 가시가 살속으로 녹아 없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같이 나온 빨갛게양념된 구이도
마찬가지로 부드러웠으나
해장국이 있다보니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아깝지만 다 먹지 못하고
나오는데 황태가 크기별로 판매되고 있었다
사갈까 말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집에서는 절대 이 맛이 안날걸 알기에
자판기커피 한잔 뽑아 밖에 나가
풍족한 아침 햇빛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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