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을단편 4. 하산 후 칼국수 어슴푸레 노을이 질 것 같은데 카페에 노곤노곤 있다나와보니 추위가 더 차갑게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이 괜찮을까 싶은데 그의 도라에몽 가방에서 히팅방석이 나왔다. 방석을 왜, 라고 생각하는데 둥글게 말아 단추를 끼우고 내 양손을 그 안에 넣어주었다. 이런 걸 가져왔을 줄이야. 나한테는 뭐랄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추위를 많이타는 나를 두고 왜 매일 얇게 입고 다니는지 매일 묻고 이해를 못하는데도 생각해서 가져왔다는게 고맙고 웃음이 났다. ‘누가보면 히말라야 가는 줄 알겠다’ 그가 아침에 놀림받은 이야기를해주었다. 이것저것 챙기는 그를 보고 웃으면서 말씀하셨을 어머님과 그 모습이 상상이 가 즐거웠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에 비해 어찌나 짧게 느껴지는지 그 느낌은 .. #가을단편 3. 산성과 행궁 내가 주절주절 그날 본 이야기, 들은 이야기를 하는 건 B뿐이다. 그날도 아침에 본 흥미로운 티비프로를 얘기해주며 산성에 올랐다. 요즘 핫한 크리에이터들과 중국시장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해주는 나도 신나고 그도 관심 있어했지만 점점 이야기 하기가 벅찼다. 아주 잠시 올랐는데 둘 다 숨을 헐떡이며 주저 앉았고, 서로의 저질 체력을 비웃었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초반길에 동네 뒷산 느낌이라 실망을 했지만 직접 오르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경사는 왠만한 ‘악’산 저리가라인듯하다. 가파르다. 등산용 스틱까지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고, 우리 같은 일반복장을 한 사람들은 가다 멈추다를 반복했다. 한참 더 오르니 가파른 산 길위에 더 가파르게 서있는 산성벽이 서서히 보인다. 꽤 위용있게 서있는 모습에 옛날 .. #가을단편 2. 산성입구 역 밖으로 나오자 그 앞에서 부터 길거리위에 또는 트럭 위에 각종 채소와 제철 과일 등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있었다. 그 중 군밤을 파는게 눈에 들어왔다. 가을이 깊어졌음을 느끼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좁은 입구 앞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햇빛을 피할 곳도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저 정신이 없어 그 곳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 잠시후 B가 도착해 함께 걸으며 보니 재미난 길이었다. 아침을 안 먹고 갔더라면 이것 저것 주워먹었을 것이다. 그만큼 맛있어 보이는 주전부리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근처에 공유하는 과일농장이 있는 것인지 싱싱해보이는 제철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줄지어있었고 학교 앞에나 있을 법한 분식포차들, 요즘 새로 나온 듯한 스타일의 패스트푸드들까지, 뜬금없이.. #가을단편, 1. 남한산성역 노란 분당선을타고 올라가 핑크핑크한 8호선 남한산성역에서 내렸다. 북적이던 분당선과 달리 토요일 느긋한 오후, 남한산성역은 분주히 지나가는 몇 사람들뿐 조용했다. B가 늦을듯하여 역 안에서 미리 커피 한잔 받아갈까 생각했다. 몇 되지 않는 가게 중 자그마한 빵집이 하나 있었다. 젊은 여사장님이랑 어린 알바생 둘뿐이었다. 둘은 갓나온 빵들을 포장하고 있었다. 다가가니 사장님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도 살갑게 말을 건넸다. 여러 빵을 추천해주셨는데 눈으로 고르는 성격이라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아 대강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빵이 있는지 훑어보았다. 꽤 먹어보고 싶은 빵들이 몇개 있었고 무엇보다 이 정도 가격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어떤 빵을 집을까 고민하던차에 뒤에서 한 아이와 엄마가 내 뒤로 와 빵을 고르기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