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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기을단편 10. 가을밤 신호등 쓸쓸하고 알록달록한 밤가을 불빛사이로 붉은 보석들이 반짝인다 바스락바스락 폭신폭신한 가을낙엽을 훑는듯 걸어가다 신호등 앞에 멈췄다 가로등 불 빛 아래 낙엽들이 반짝인다 노란등이 아닌 하얀등이어야 노란은행잎이 반작반짝 빛이난다 시선을 떨구고 너도나도 빛나는 낙엽을 바라보다 길을 건넌다 바스락바스락 차갑고 쓸쓸한 낙엽의 흙내음이 올라온다
#가을단편 9. 한계령 ​​ 길을 잘못들은 그는 점점 이 곳이 어디인지 가늠이 안되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그녀는 꿈속과 현실을 오가며 눈을 잠시 떳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그녀가 완전히 눈을 떴을때는 화면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미 그들은 트럭들 사이에 낑겨 안개낀 산을 굽이굽이 올라가고 있었다.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 때 트럭들과 분리를 당한 그들은 얼떨결에 입구라고 써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창밖에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그 곳으로 다가갔다. 숨이 트일 듯 시원한 풍경이 아래로 펼쳐져있었다. 이제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들이 끝도없이 다음 산으로 이어졌다. 옆에는 등산로가 보였다. 산 구경이나 하자며 올라가려던 그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보통의 두 세배 되는 높이의 ..
비주단편 悱註短篇 표현 못할 비(悱) 글뜻 풀 주(註) 때로 표현하기 힘든 우리의 감정들 나와 그와 그들의 이야기들 우리의 여행을 적고 기록한 아주 짤막한 글과 영화들입니다 By Bijou
#가을단편 8. 황태해장국 ‘이집도 그 이름이고 저집도 그 이름인데’ 그녀와 친구들은 늦은 아침 황태덕장 마을에 도착했다 유명하다는 집을 찍고 왔으나 다 같은 이름을 쓰고 있었다 그 중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니 맞게 들어간듯 여기저기 방송을 탓다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식당 안은 밝지 않았지만 늦은 아침 특유의 여유로운 빛이 밝은 느낌을 들게 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음에도 다들 먹기만 할뿐 이렇다할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그녀들이 가운데 자리를 잡자마자 아주머니가 나와 옆에서 주문을 기다렸다 그녀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친구들이 얼결에 의견을 모아 고른 황태정식을 따라 골랐다. 해장국과 구이가 함께나오는 듯 했다 다 못먹을 듯하여 해장국으로 바꿀까하다 그만두었다 20대 중반 친구들과 밤새논후 그녀는 그전에는 ..
#가을단편 7. 아바이마을 바다앞에서 그녀는 땅만 보고있었다 햇빛이 바다에 반사되 더 강하게 눈을 찔렀고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해야 할 말을 속으로 정리하며 갈길 잃은 손은 모래사장에 원을 그리며 마음을 추슬렀다 그는 그녀를 보고있었고 기다려주었다 목소리가 떨릴듯하여 한참을 첫마디를 못내고 목을 가다듬었다 결국 그들은 아무런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아바이마을이었다 두런 두런 캠핑카를 끌고나온 가족과 커플들이 서로의 간격을 유지한채 있었다 다리 하나 건너 들어오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그 곳의 바다는 더욱 쓸쓸했다 노을이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바닷가 건물에서 무지개빛 쇼가 시작됫다 등대는 깜박이며 돌아가고 아이들이 터뜨리는 불꽃놀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이따금 적막을 깨고 들려왔다 밤낚시를 하러 나온 사람들은 ..
#가을단편 6. 조선소 살롱 속초는 이번이 두번째다 언제나 두번째는 아쉬운 법 안가본 곳을 찾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조선소를 가자며 무작정 차를 끌었다 처음엔 전시관처럼 구경을 하는 곳인가 싶었다 평소 둘다 취향에 맞지않는 장소 선택이라 약간의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 뒤로 갓길에 차를대는 커플들 또는 여성분들이 보였다. ‘아 설마 카페야?’ 그가 웃었다 이제는 예상이 가능한 무언가 옛곳을 개조한 카페들 그래도 느낌있는 문패, 기대감이 들었다 철문을 들어서니 이제는 없어진 아니 없어져야 했을 조선소가 남아있었다 약간의 옛것들이 남아있는 거울,닻,배의 뼈, 여기서 일했을 사람들의 흔적들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길 그 안에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또는 옆에 새로 개조된 건물 아니면 낡은 건물 2층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한적하고 좋아보..
#가을단편 5. 설악산 산을 별로 간 기억이 없지만 산에 관한 기억은 모두 좋았다. 한국에 와 자연은 볼새도 없이 한국 특유의 시간 싸움에 빠져 지내다보니 한 계절이 지나있었다. 한편으로 나는 이미 다 보았다 생각했던 것 같다 자연에 관해, 그 경이로움에 관해, 그런 한적함보다는 빠른 문화, 새로운 기술이 그리웠었다 터널을 여럿 거쳐 강원도로, 설악산으로 진입하면서 그와 감탄을 연발한다. 자동차 유리너머로 점점 하늘의 영역이 넓어진다 하늘로 뛰어드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그 구간이 그렇다 우리의 속도는 올라가고 차도 마음도 올라간다 파랗고 명확한 하늘에 하얀 구름떼들을 향해 그리고 그뒤로, 멀리있어도 아 너구나 웅장하게 기이한 암석들이 구름과 안개에 싸여 우리를 내려다보는 붉으면서 아직은 파릇한, 어쩌면 바랜듯한 초가을의 설악산
#가을단편 4. 하산 후 칼국수 어슴푸레 노을이 질 것 같은데 카페에 노곤노곤 있다나와보니 추위가 더 차갑게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이 괜찮을까 싶은데 그의 도라에몽 가방에서 히팅방석이 나왔다. 방석을 왜, 라고 생각하는데 둥글게 말아 단추를 끼우고 내 양손을 그 안에 넣어주었다. 이런 걸 가져왔을 줄이야. 나한테는 뭐랄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추위를 많이타는 나를 두고 왜 매일 얇게 입고 다니는지 매일 묻고 이해를 못하는데도 생각해서 가져왔다는게 고맙고 웃음이 났다. ‘누가보면 히말라야 가는 줄 알겠다’ 그가 아침에 놀림받은 이야기를해주었다. 이것저것 챙기는 그를 보고 웃으면서 말씀하셨을 어머님과 그 모습이 상상이 가 즐거웠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에 비해 어찌나 짧게 느껴지는지 그 느낌은 ..
#가을단편 3. 산성과 행궁 ​​ 내가 주절주절 그날 본 이야기, 들은 이야기를 하는 건 B뿐이다. 그날도 아침에 본 흥미로운 티비프로를 얘기해주며 산성에 올랐다. 요즘 핫한 크리에이터들과 중국시장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해주는 나도 신나고 그도 관심 있어했지만 점점 이야기 하기가 벅찼다. 아주 잠시 올랐는데 둘 다 숨을 헐떡이며 주저 앉았고, 서로의 저질 체력을 비웃었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초반길에 동네 뒷산 느낌이라 실망을 했지만 직접 오르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경사는 왠만한 ‘악’산 저리가라인듯하다. 가파르다. 등산용 스틱까지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고, 우리 같은 일반복장을 한 사람들은 가다 멈추다를 반복했다. 한참 더 오르니 가파른 산 길위에 더 가파르게 서있는 산성벽이 서서히 보인다. 꽤 위용있게 서있는 모습에 옛날 ..
#가을단편 2. 산성입구 역 밖으로 나오자 그 앞에서 부터 길거리위에 또는 트럭 위에 각종 채소와 제철 과일 등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있었다. 그 중 군밤을 파는게 눈에 들어왔다. 가을이 깊어졌음을 느끼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좁은 입구 앞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햇빛을 피할 곳도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저 정신이 없어 그 곳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 잠시후 B가 도착해 함께 걸으며 보니 재미난 길이었다. 아침을 안 먹고 갔더라면 이것 저것 주워먹었을 것이다. 그만큼 맛있어 보이는 주전부리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근처에 공유하는 과일농장이 있는 것인지 싱싱해보이는 제철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줄지어있었고 학교 앞에나 있을 법한 분식포차들, 요즘 새로 나온 듯한 스타일의 패스트푸드들까지, 뜬금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