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달이 참 아름 답네요 라고 말했던
나쓰메소세키가 생각나는 밤이었습니다
그거 내가 가르쳐 준거잖아 기억나?
기억하는구나
그래서 내가 누나한테 말했잖아
달이 아름답다고
지금도 말하잖아
눈 내리는거 아름답다고
아름답다 그치
2.
은호는 여행을 떠나면 꼭 엽서 한 통을 보내곤 했다
바람이 좋아서, 해당화가 예뻐서,비가 내려서
파도가 눈부시게 부서져서
누나 생각이 났어 그래서 보내
짧은 엽서는 항상 그렇게 끝을 맺었다
살기 바빴던 내게 너의 그 말들은 둘도 없는 위로였다
내게 그 짧은 고백들을 써서 보낼 때,
그때의 넌 어땠을까
외롭진 않았을까
3.
언제부터 누나를 좋아하게 됬는지 몰라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
누나는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 알아?
겨울에서 봄이 되는 그 순간이 정확히 언젠지
누나를 언제부터 좋아하게됫는지 나 몰라
4.
갑자기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저기 있는 나무의 흔들림이 멈추는 것
온 세상이 캄캄해졌다가 다시 환해지는 것
찰나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것
함께 해 온 시간들이 그 영원 안에 담겨지는 것
입맞춤이란 그런거였다
5.
우리가 함께 자전거를 탈 때면 나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곤했다. 저만치 달려간 강단이가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보며
내게 어서오라 손짓하는게 좋아서
내가 그녀의 마음에 들어가는 걸 허락하는 손짓인 것만 같아서
나는 그게 그리도 좋았다
6.
내 마음 속에 간직한 문장과 당신의 문장이
만나는 순간
짧은 순간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무심코 연 마음의 책장 속 한 문장을 나눌 때
그 한문장으로 우리는 울고 웃고
서로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면서
그렇게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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